2008년 12월 19일
수태고지 annunciation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는 재미있게도 대화장면이 글씨로 표현이 되는데 가브리엘천사의 부름(성령이 너에게 내려 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이 힘이 가싸 주실것이다)으로 마리아의 응답을 위아래에서 감싸고 있다. 이때 금글씨로 된 마리아의 응답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씌어있고 위아래가 거꾸로 뒤집혀 있어 읽기가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것은 '피아트 미히 세쿤둠(Fiat mihi secundum,...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는 라틴어 세 마디가 기둥에 가려져 궁극적으로 마리아의 응답을 더욱 불완전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미술사가, 다니엘 아라스는 <디테일>에서 프라 안젤리코의 의도를 밝히고 있는데 바로 '피아트'를 읽지 못하게 함으로써 신비가 변형된 형태로 형상화하는, 기둥으로 형상화하여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육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기둥은 그리스도의 형상, 신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어제 다녀온 영성모임에서 읽은 복음서 내용을 묵상하다가 <디테일>의 한 부분이 생각나 옮겨보았다. 문득 분당교회 한 가운데 버티고 서있는 기둥에 대해 난감할 때가 있었는데 성인의 반열로 존경받는 프라 안젤리코의 해석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신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좁고 작은 공간이 가지는 재현의 공간으로서의 교회공간을 넘어 신부님이 전하는 복음말씀을 또 다른 육화(incarnation)의 깊이로 안내하는 중요한 전례적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실제로 많은 수태고지에서 기둥은 천사의 말처럼 마리아 옆에 함께한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 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 주실 것이다)... (옆에서 클라라가 '또 또.. 내가복음 읊고있네.' 한다.ㅋㅋ)
프라 안젤리코는 '성스러운 잉태'(fiat mhi, 나에게 이루어지소서)의 '방식'(secundum, ..대로)을 가리키는 말을 기둥 뒤쪽에 배치함으로써 성 베르나르가 가브리엘 천사장의 세 번째 은총의 말에 달았던 주석을 글자 그대로 도해하고, 이 은총의 말을 완전히 해독 가능한 방식으로 그린다. ... 즉 신의 형상인 이 '그리스도의 기둥'은 이 사건속에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존재한다. 기둥은 이윽고 육화를 실현시킬 말씀을 대체하면서 숨겨져 있지만 곧 다가올 것, 구세주 신의 육화, 즉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킨다.
다음은 프라 안젤리코가 그린 다른 여러 수태고지와 함께 더 내려가면 루벤스, 그리고 맨 마지막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을 모아 보았다. 대체적으로 일정한 도상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위치, 대칭, 색, 손동작, 빛, 기둥, 백합..등등을 통해 각 화가의 의도를 밝혀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 by | 2008/12/19 01:09 | 성공회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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