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A4rium

프로젝트 구상의 시작은 지금은 잠복근무 중인 텍티컬미디어네트워크의 A4프로젝트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보의 기본단위로서의 A4에 대한 뉴미디어적 접근으로 기업이나 기관 내부의 정보 부스러기인 이면지를 해킹하고 그 정보를 재전유하는 기획으로 진행되었었다. 이번 전시는 그때의 이슈들에 대한 개인적인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단지, 아니 내 기억에 또렷이 남는 한 여름날 빌딩 창 밖으로 던져져 부서지던 A4들, 담겨진 내용 이상을 그려내듯 공중에서 부유하였고 배경으로 흐르던 몇 마디의 발언들,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사각 종이들을 잡느라 던진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발언자는 A4와 함께 공중에서 산개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사람들은 팔랑팔랑 구겨진 A4를 들고 다니다 나름 자신들만의 화일 방식으로 접어 변환시켜 옷안에 넣고 저장한다. 가끔 그것은 뜨거운 유월의 햇볕을 막아주는 가리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확장된다. 


모든 일상의 정보들은 A4risation(화)된다. 그리고 동시에 모듈화되고 변환되어 일정하게 적재되고 소통된다. 20세기 초 수동식(신체의 행동양식 안에서 규정된) 타이프라이터 규격에 맞춘 A4의 기본 사이즈는  비율로 정의되고 자기 복제성 혹은 동일성의 방식으로 종이를 반으로 접거나 자르면 보다 작은 크기의 크기로 각각 이전 크기의 종이의 짧은 변에 평행하도록 반복된다.  마치 기학학적 프렉탈의 연속적인 자기 유사성을 담았던 것처럼 사회적, 공간적 알고리즘 체계를 드러낸다. 


우리가 경험한 도시적 삶의 다양한 양태들이 A4로 수렴되고 치환되어 재매개되고있지 않을까? 그것이 뉴미디어 계보학의 복잡성을 파악하는 어떤 한 지점일 수 있겠다라는 가정을 세워본다.


모더니즘적 효율성체계안에서 모듈 혹은 기준, 규정으로 정의된 A4는 종이라는 물질성을 가지면서 가상의 매개가 된다. 우린 많은 것들을 종이로 시뮬레이션한다.  종이인형, 종이비행기, 종이집, 종이호랑이, 종이옷 등등.  언어와 함께 종이들도 표상으로 조직된다. 이때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정보의 위상학적인 변화들이다. 수렴된 정보들은 접히고 겹치고 펄럭이고 주름지며 돌돌 말린다. 그때 그것을 접고 있는 몸과 의식이 말리는 것인지 종이가 말리고 접히는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평면적인 정보가 가졌던 지표성은 어느 순간 극적인 국면을 맞는다. 이때 정보는 기의에 절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미끄러진다는 기표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도약을 한다. 


정보매체, 아니 정보의 자체의 기본단위로서 A4와 가실재의 물질성을 가진 종이가 실재의 가상이나 가상의 실재적 재현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넘어 매개와 실재의 분리 불가능성을 통해 매개 행위가 또 다른, 많은 다른 매개와 의존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재매개화(remediation)의 과정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된 관심이고자 한다. 



by yellowsub | 2009/06/23 08:14 | 섬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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